[왜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인문학 공부는 사람에게 길을 잃도록 만든다. 인문학을 깊이 공부해 본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 줄 알 것이다. 공부하면 할수록 길을 잃는다. 분명하다.
사람은 그렇게 길을 잃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도 확실한 길만 걸으려 한다. 길을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진리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은총을 꺼려한다.
길을 잃어야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다. 그 절대적 경험은 길 잃은 자만이 누리는 축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길을 잃어야 한다. 길을 잃게 만드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 공부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낮은 곳에 이르게 한다. 인문학을 깊이 제대로 공부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고 불쌍한 존재인지를, 뼛속까지 사무치게 느낄 것이다.
인간 존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이 아무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겸비하여 낮은 데 임할 수 있다. 우리는 낮은 곳에 거처해야 한다.
낮은 데 거처해야 낮은 곳에서 있는 자들을 보듬어 주시고 안아 주시는 따스한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 없이 우리는 세상을 향하여 따스한 손길을 내밀 수 없다. 이 잔인한 세상을 이길 힘은 사랑 이외에 무엇이 있으랴.
인문학 공부는 길을 잃게 하고 낮은 곳에 거처를 정하게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절대자를 경험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 경험 없이 이 악한 세상을 미치지 않고 건널 힘(정신/spirit)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파루시아를 살다(신학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Two Great Disasters / 두 가지 거대한 재앙 (0) | 2020.09.18 |
---|---|
하나님의 임재와 부재 (1) | 2020.09.13 |
정치신학: 나의 전공 (1) | 2020.09.03 |
큰 이야기를 상실한 시대 (0) | 2020.09.03 |
기독교 종말론: 같은 시공간, 다른 차원 (0) | 2020.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