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학: 나의 전공]
내 전공은 정치신학이다. 나는 기독교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Democracy를 번역한 말이다. 정확한 번역은 '민중정치'이다. 민중이 권력의 주체가 되어 정치하는 체제, 그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 체제는 참 골치 아픈 체제이다.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정치철학자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플라톤이 있다.
민주주의는 실로 아무 민족이나 갖출 수 있는 정치체계가 아니다. 합리적 사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독교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추구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와 높은 도덕성을 갖추는 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이나 한국이나 민주주의가 위협 받고 있다. 합리적인 사고를 결여하고, 도덕성을 상실한 자들이 민주주의 체제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독교의 신앙의 올바름과 민주주의의 성패는 같이 간다고 믿는다. 삼위일체 신학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사역과 성령의 역사, 그리고 기독교 종말론을 바르게 이해할 때, 민주주의는 흥황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해야하는 가장 근본적인 일은 기독교 신학의 올바른 이해이다. 요즘은 너무도 '유사 기독교'가 많다. 교회 간판을 달고 있으나, 거기에서 선포되는 메시지, 또는 거기서 해석되는 성경의 말씀은 전혀 기독교의 원래(original) 메시지를 담아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예수천당 불신지옥' 프레임이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나의 몸과 생각과 마음과 사회와 미래를 결정해 나갈 수 있는 인생, 그것이 기독교의 메시지이고 그러한 메시지를 실현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 체계라고 믿는다. 그 누구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생명에 손댈 수 없다. 하나님만이 내 생명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라도 내 생명에 손을 대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착취하려 든다면,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는 그런 면에서 하나님에게 받은 생명을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려 했던 세력에 대한 정치적/민주적 저항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하나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내어주는 자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하나님께만 생명을 드리겠다고 자기 생명을 지키며 죽어간 자는 다시 생명을 선물로 받을 것이다.
"나를 만지지 말라. 내가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아니하였노라"(요 20:17).
누구도,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않은 생명에게 손댈 수 없다. 기독교 신앙은, 민주주의는 내 몸을, 내 생명을 지켜내는 것이다. 내 몸은 거룩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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