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와 부재]
우리는 살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때 우리는 찬양과 감사를 드리고,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 우리는 탄식과 회개를 한다.
어떻게 우리의 인생 가운데 찬양과 감사만 있을 수 있으랴.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하면 마치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없는 것처럼 불경해 하고,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는 일은 신앙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방식의 신앙과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는 방식의 신앙, 이 두 경험을 모두 안고 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이다.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찬양과 감사를 돌리고 있다면, 그것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다.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 우리가 행해야 하는 것은 찬양과 감사가 아니라 탄식과 회개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재를 싫어한다. 하나님은 늘 나와 함께 있는 존재이어야 한다. 하나님은 '임마누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마누엘 신앙은 하나님의 부재를 포함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부재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
하나님의 부재가 싫다고,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부재를 부정하는 식의 신앙은 정직하지 못할 뿐더러, 하나님의 부재를 임재로 바꾸려는 불신앙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원할 때 눈 앞에 나타나야 하는 우리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나는 나다).
신앙의 깊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때 드러나지 않고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 드러난다.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는 일이 곧 나의 믿음 없음이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다만,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 두려움 때문에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할 때 우리는 부재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나님을 향해 탄식과 회개를 올려야 한다. 그 깊은 부재의 고독이 우리의 신앙을 더 진지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우리의 인간성을 더 성숙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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