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lanthropism 그리스도 인간론

 

'싸일랜뜨로피즘'이라고 발음한다. 한국말로 '그리스도 인간론'이라 번역한다.

 

기독교 역사에서 그리스도를 '인간'이라고 말한 분파는 모두 이단으로 몰렸다. 그리스도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에게는 '두 본성'이 있다. 인성과 신성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뉘는 본성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들어 있는 본성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본질을 말할 때 그리스도의 인성을 말하더라도, 그리스도를 '인간'이라고 하면 안 되고,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조금이라도 '인간'이라고 말하면 이단이 된다. 이것은 5세기 네스토리우스와 키릴로스의 논쟁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네스토리우스는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였고, 키릴로스는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였다. 그 당시 '뜨는' 신학은 'Theotokos'였다. Mother of God'이라 한다. '하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부르는 명칭이다. 여기서 마리아 신학이 시작되지만, 그 당시 논쟁은 마리아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있었다. 마리아를 'Mother of God(Theo-Tokos)라고 부른 이유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다'라는 고백을 확증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고백하는, 소위 아리우스주의자들은 'Anthropotokos' 'Mother of Man'을 고백했다. 그리스도를 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마리아는 '인간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콘스탄티노플 교구에 이 문제가 발생하자, 네스토리우스가 두 진영이 만족할 만한 신학적 해결을 위해 고안해 낸 용어(title)가 바로 'Christotokos', 'Mother of Christ'이다.

 

지금 보면, 재치 있는 해결책 같지만, 그 당시 이 문제는 엄청난 저항을 불러왔고, 급기야 '국제적인' 신학논쟁을 불러왔고, 에큐메니컬 공의회를 두 번이나 소집하게 만들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마련된 공의회가 바로 에베소 공의회(431)와 칼케돈 공의회(451)이다.

 

'Mother of God'의 고백을 지켜내기 위해 등판한 신학자가 바로 키릴로스이고, 키릴로스의 학식과 정치적 수완과 영향력은 결국 마리아에 대한 정통 고백을 'Mother of God'으로 이끌며,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추락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John McGuckin의 책 <Saint Cyril of Alexandria and Christological Controversy>에 보면, 네스토리우스가 위의 신학논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이 논쟁에는 명백히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그 당시 황제의 섭정인이었던 황제의 누이 the Augusta Aelia Pulcheria의 개입이 두드러진다. 그녀 자신이 '처녀'로서 마리아 신학에 관심이 많았고, 마리아를 'Mother of God'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 지지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자신의 '처녀'로서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스토리우스가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archbishop)으로 부임한 후, 그 이전에 교회의 예전에서 여성인 Pulcheria에게 제공되는 특권이 중단되었다. 그 당시 성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황제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는데, 황제를 섭정하던 Pulcheria는 황제 옆에서 황제와 같이 성찬 받는 것이 허락되어 왔다. 네스토리우스는 이것을 부당하게 여겨 Pulcheria에게 성찬 주는 것을 거부했고, 그로 인해 Pulcheria는 감정적인 상처를 받았다. 이 일로 인해 네스토리우스는 Pulcheria와 정적이 되고, 그 이후에 진행된 신학논쟁에서 참담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 결국 네스토리우스는 이단으로 몰려 대주교직을 박탈당하고 이집트로 유배를 가게 되지만, 그의 신학 논쟁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네스토리우스가 마리아에 대하여 'Mother of God'을 인정하지 않고, 'Mother of Christ'했던 것은 그가 안디옥학파 전통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디옥학파 전통의 신학은 그리스도의 인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에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신학은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안디옥 학파 전통에 서 있는 신학자들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거나, '그리스도는 사람이다'라고 고백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도 분명 '그리스도는 하나님이다'라는 고백을 한다. 다만, 위격과 본질의 언어적 이해가 달랐을 뿐이다.

 

기독론, 또는 삼위일체론 논쟁에서 중요한 용어는 '본성(ousia), '실체(hypostasis)', 그리고 '위격(persona)'이다. 위격은 그리스도의 겉모습을 말하고, 실체는 그리스도의 내적 실재를 말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 '실체'에 대한 이해가 안디옥 학파와 알렉산드리아 학파 간에 달랐다. 알렉산드리아 학파에 속했던 키릴로스는 '실체'라는 용어를 '위격'이라는 용어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키릴로스는 '두 개의 다른 본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를 이루기 위해 실제적인 결합체로 함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안디옥 학파였던 네스토리우스에게 '실체'라는 용어는 위격 이전의 실제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것을 두 본성의 혼합이라고 보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게 혼합하면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성이 출생, 고난, 죽음을 경험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네스토리우스가 마리아를 일컫는 'Mother of God'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 서 있다. 용어에 대한 개념 이해가 다르다 보니,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도 다르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은 이단으로 몰릴 정도로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네스토리우스와 키릴로스의 기독론 논쟁은 오해와 불신으로 빚어진 비극처럼 보인다. 13세기 시리아 정교회의 신학자 바르 에브로요(Bar Ebroyo/Bar Hebraeus)도 다음과 같이 이런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논쟁은 실제적인 본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용어와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비록 기독론적인 입장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증오심을 거둬들인다. 그리고 신앙고백 문제로 그 누구와도 논쟁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Bar Hebraeus's Book of Dove, 60).

 

물론 명백히 틀린 고백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고백들까지 모두 기독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적어도 오해와 불신에서 생겨난 논쟁들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서로 포용하고 이해하면 좋겠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