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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1.30 복지사회와 교회의 역할

[복지사회와 교회의 역할]

 

미국에서 산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미국 와서 살다보니 한국에서 살 때와 다른 점이 정말 많았다. 그중, 목회자로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한국에서 목회자는 세금을 내지 않지만, 미국은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 

 

미국은 복지국가다. 사회보장제도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한국도 복지국가로 가는 중이다. 나라가 부강해지면 가야 할 길이다. 복지국가를 이루려면 조세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하고, 걷은 세금을 공평하게 써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 살아도 복지국가를 이룰 수 없다.

 

옛날, 모두 못 먹고 못살았을 때 교회는 가난한 자에게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복지국가로 가면 갈수록 교회가 가난한 자에게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든다. 가난한 사람들을 국가가 직접 돌보는 시스템을 갖추기 때문이다. 교회가 할 일이 줄어든다고 사회보장제도의 시행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교회는 오히려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이다.

 

복지국가에서,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공평하게 시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교회가 할 일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목회자를 비롯해서 모든 교인들이 세금을 잘 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금이 온전히 정의롭고 공평하게 잘 쓰여지는지 사회보장제도를 잘 감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에 교회가 참여하여 돕는 것이다.

 

교회에 헌금을 많이 해서 교회가 직접적으로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은 복지국가에서는 잘 작동(workin하지 않는다. 복지국가에서 가난한 자들은 이미 나라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도와주는 것은 별로 실제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목회하면서 경험한 일이다.

 

복지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세금을 정직하게 잘 내는 일이다. 목회자부터 솔선수범하여 세금을 정직하게 내고, 교인들에게 세금을 정직하게 낼 것을 권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제도가 정의롭고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운영되도록 잘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목회하는 자로서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 매우 크다. 이는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세금을 성실하게 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가 튼실하게 운영되는 덕분이다. 한국의 목회자들이, 그리고 한국의 교회들이 이미 복지국가를 이루고 튼실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 국가들로부터 잘 배웠으면 좋겠다. 세금을 잘 내서 사회보장제도가 잘 운영되면 생활이 어려운 한국의 목회자들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라는 제도를 지혜롭게 잘 활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지혜로운 한국교회가 되면 좋겠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