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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01 어거스틴 - 사랑이 구원이다

[어거스틴 - 사랑이 구원이다]

 

"우리가 사랑할 때, 우리는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하기 시작하면 사랑 자체가 사랑받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분명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어거스틴, <삼위일체론>, 8.8.12)

 

사랑이 일어날 때, 사랑하는 자(actor of loving) '자기 자신'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어거스틴에게 '사랑 그 자체'는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이 발생하는 그 자리에 하나님은 사랑으로 현존하신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사랑을 할 줄 안다. 악한 행동을 하면서도, 사랑의 능력을 상실하지 않는 이유는 그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에게서 보이는 하나님을 향한 목마름은 대단하다. 그만큼 그의 영혼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고, 그 사랑은 사랑 그 자체이신 하나님을 열렬히 갈망한다.

 

어거스틴은 인간과 인간의 내면을 응시한다. 이 세상의 다른 어느 피조물보다도 인간 안에 하나님이 숨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깊이깊이 응시하는 삶, 하이데거와 아렌트가 말했던 '사색적인 삶'은 결국 하나님을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가 된다.

 

하나님(또는 하나님 나라)는 무지개 너머 어딘가(somewhere over the rainbow)에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깊이깊이 응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아담의 죄를 자기사랑/교만(self centered-ness/amor sui)라고 말하고 있는데, 자기 자신을 향하는 욕망은 결국 자기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도록 자기 자신을 더 가로막을 뿐이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밖(이웃/하나님)을 향해야 한다. 그럴 때, 오히려 자기 자신 안에 있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어거스틴에게 사랑은 그냥 사랑이 아니라 구원론적인 정향(orientation)을 가진 사랑이다. 사랑이 구원이다. 사랑이 발생하면, 거기에는 동시에 구원이 발생한다. 하나님은 사랑 그 자체이시므로, 사랑이 발생하는 곳에 구원이 발생한다는 말은 곧 하나님이 구원자시라는 뜻과 같다.

 

인간에게 소망이 있다면, 그래도 인간이 아직까지 사랑의 능력을 상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인간의 사랑이 완전하지 못하고 영원하지 못해서 구원이 영원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 구원을 경험하고, 그 구원의 경험은 계속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인간의 희망으로 남아 있다.

 

사랑이 구원이다.

사랑이 없으면 지옥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