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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05 모든 게 뻥이야

[모든 게 뻥이야]

 

정치 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는 참 재밌는 말을 한다. "정치철학의 목표와 의무는 '도시의 생존과 안녕을 위하여 '고상한 거짓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는 그 임무를 소크라테스가 훌륭히 해냈다고 말하며, 소크라테스가 바로 정치철학을 처음 한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플라톤이 상상한 세계, 그가 말하는 이데아, 진리 같은 것들은 모두 형이상학으로서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플라톤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는 거지만, 정말 '상상력이 엄청 풍부한 노인네'라는 생각이 든다.

 

수사학이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자신이 말하는 바, 그 상상력의 산물을 '사실 또는 진리'인것처럼 믿게 만드는 능력, 그것이 수사학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플라톤은 수사학의 대가가 아닌가 싶다. 그는 자신의 상상력의 산물, 즉 형이상학적 진술(이야기)를 너무도 자신 있게 주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생각이 어떠한 '현실성'을 갖고 있다고 믿게 만들기 때문이다.

 

철학이든, 신학이든, 형이상학 분야의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모두 그럴싸하다. 믿고 싶어지고, 심지어 멋있다. 그들은 인간존재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와 사랑을 위해서 정말 그럴싸한 거짓말들을 능수능란하게 만들어 낸다.

 

인간에게는 실로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것이다. 거짓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상상력)과 그 거짓말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것도 상상력) 말이다. 그러한 것에 대하여 허무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뻥인 것이다. 뻥이면 어떠리, 우리의 인생이 기쁘고 즐거우면, 그리고 우리가 서로 평화롭게 지내고 사랑하며 살면, 그래서 우리의 인생이 허무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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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