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1건

  1. 2015.04.01 그것의 바깥 1
  2. 2015.01.30 달팽이 똥 2
  3. 2015.01.30 구운몽
  4. 2015.01.28 죽음의 섬
  5. 2015.01.24 바람 부는 날
  6. 2014.12.27 거울 1
  7. 2014.12.14 작은 여우 4
  8. 2014.11.30 낙엽 1
  9. 2014.11.08 가을 풍경 1
  10. 2014.11.03 날개 2
  11. 2014.06.25 이방인 1
  12. 2014.06.25 숙명
  13. 2014.03.22 어린 왕자의 고백 1
  14. 2014.03.16 영원 1
  15. 2013.08.15 연탄 1
시(詩)2015. 4. 1. 17:54

그것의 바깥

 

그것의 바깥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가

시간과 공간이 비틀어진 곳에 가면

상대적으로

아니 훨씬 신비롭게

시간이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흐르는

그것의 바깥 공간이 있다

새벽 세 시쯤 잠에서 깨어나면

마주하게 되는 우주의 중력이 있는데

그것에 존재를 터놓는 순간

나는 꿈을 꾸듯 공간 이동을 한다

거기에 가면 언어를 잃어버리는데

온갖 의미를 언어적으로 만질 수 있고

거기에 가면 감각이 멈추는데

표현이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의 바깥,

거기에 가면 가장 좋은 것은

동심의 시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인데

거기에 한 번 다녀오는 날이면

나는 어린 왕자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날이면

분명

모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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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5. 1. 30. 03:56

달팽이 똥

ㅡ 달팽이 똥을 본 적이 없는 少年에게

 

한 십 년쯤 후에나 이야기를 나누자

강산이 한 번쯤은 변해야 너의 뒤통수가 간지러울 것이다

네 내장이 한 번쯤은 뒤집어져야

파란 하늘이 사실은 노오란 색이었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너는 바람이 훔쳐간 너의 영혼을 도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시간은 123456789101112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뒤틀린 만큼이나

굴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만 신신당부 하자

네 몸뚱이를

살살 꾀어내는 아지랑이에게 내어주지 말아라

한 십 년쯤 후에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식곤증처럼 나른한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쥐어짜낸

노오란꽃을 먹은

달팽이 똥 같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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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5. 1. 30. 03:11

구운몽

 

날아가는 새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물고 가면

그 사람은 밤에 날아다니는 꿈을 꾸게 된다

 ㅡ 중국 고전 <박물지>의 한 구절

 

새들의 서식지에 높이 솟은 나무에 올라

한 움큼 머리카락을 뽑아

바람에 흩날리고 싶다.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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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5. 1. 28. 01:43

죽음의 섬

-   뵈클린의 <죽음의 섬>

 

지상 최대의 작전이 수행된다.

 

염세주의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

흔들리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보며 죽음의 손짓을 생각할 수 있는 자,

까마득한 바위절벽을 보며 생() 뒤에 감춰진 사()를 투시할 수 있는 자,

손댈 수 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멀미에 시달리는 사생활들을 토해내는 자,

이들만이 염세주의자가 될 수 있다.

 

지상 최대의 작전은 용병 두 사람에게 맡겨진다.

카론과 뱃사공.

카론에게는 저승으로 영혼을 보내는 일의 임무가 주어지고

뱃사공에게는 죽음의 섬으로 배를 모는 임무가 주어진다.

 

염세주의자들은 관을 하나 짠다.

그리고 그 관 속에 눕힐 존재를 설정한다.

쇼펜하우어는 사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가고

뵈클린은 그림으로 염세주의를 형상화한다.

마지막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소리를 통해

사생활의 멀미에 시달리는 자들을 성()의 세계로 초대한다.

 

마침내 지상 최대의 작전은 성공을 거두고,

관을 실은 배가

뱃사공의 노를 따라 죽음의 섬으로 들어가고

흰 옷 입은 카론은 관속에 드러누운 존재를

저승으로 보내는 의식을 관장하고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염세주의자들은 모든 감각의 작용을 일제히 멈추고 일어나

이렇게 외친다.

신은 죽었다!”

 

관 속에 누운 것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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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5. 1. 24. 12:45

바람 부는 날

 

이름 없는 도시 번지 없는 집에

아무도 모르게 눈이 조금씩 퇴화되어 가는 새들이 산다

어쩌다 차려진 밥상엔

뱃고동 소리만 들리는 소라 게가 올라오고

하루에 반나절도 햇볕을 못 쐐

영양실조에 걸린 산나물이 노랗게 오그리고 있다

눈이 퇴화되면서 방향감각을 잃은 새들은

바람이 부는 날에만 산책을 나간다

바람은 그들의 네비게이션이다

가늘어진 날개를 펴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이 안간힘을 쓰며 날개를 펴는 이유는

남은 깃털을 바람에 날려 보내기 위함이다

바람 부는 날

우리는 새들이 나는 것은 볼 수 있어도

그들이 죽는 것은 볼 수 없다

바람 부는 날

바람이 새들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새들이 바람을 건너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이 세상과 이별하고 마는 것이다

바람 부는 날

우리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깃털은

희미하게 살다간 어떤 새의 마지막 눈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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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12. 27. 01:32

거울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녀석이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쩐지 나의 과거를 닮았다.

그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억 저편에서

내 어린 시절이

듬성듬성 밀려온다.

어떤 것은 아련하고

어떤 것은 시리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를 닮은 노인네가 둘이나 있다.

그런데 그 노인네들은

어쩐지 나의 미래를 닮았다.

그 노인네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지의 저편에서

내 미래의 현실들이

헐레벌떡 차오른다.

어떤 것은 글썽대고

어떤 것은 후련하다.

 

거울을 들여다 본다.

거울 속에는

나와 두 녀석과 노인네들이

한 쪽을 향하여 공존하고 있다.

안부를 묻는다.

잘 있다.

잘 있다.

그리고,

……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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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12. 14. 08:05

작은 여우

 

작은 여우 한 마리가 길바닥에 죽어 누워 있다.

건너기 어려운 길도 아닌데

여우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은 것 같다.

 

건너기 어려운 길도 아닌데

여우가 죽어 누워 있는 것은

전적으로 여우의 책임이다.

 

이것은 사악한 진술이다.

 

어쩌면 여우는 시력장애를 앓았을지 모른다.

눈이 어두워 달려 오는 차를 못 봤을 가능성이 있다.

 

여우는 정신적 장애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심해서 자기도 모르게

자살충동이 일어나

달리는 차 바퀴로 뛰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여우는 잠시 정신이 다른데 팔렸을지 모른다.

요즘 힘든 일이 있어서 그거 신경 쓰느라

잠시 정신이 딴 데 가 있어서

달려오는 차가 안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것을 여우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보다

더 사악하고 슬픈 건,

며칠이 지났는데도

차가운 땅 바닥에 죽어 누운 작은 여우를

아무도 거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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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11. 30. 06:08

낙엽

 

낙엽이 굴러다닌다.

굴러다니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다.

바람만 불어주면 된다.

낙엽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그냥' 분다.

그냥 부는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낙엽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낙엽은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에 몸을 맡길 뿐이다.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불면 구르고

바람이 안 불면 멈추어 선다.

낙엽은 그렇게 굴러다니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바람은 낙엽의 환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낙엽은 바람으로 환생하여

낙엽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은

저렇게도 서걱대는 것이었구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낙엽을 굴려대는 바람,

어떤 시절을 살던 낙엽이었을까.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분다.

서걱대는 것이 꼭,

에덴동산의 열매를

한 입,

베어먹을 때 나는 소리 같다.

,

아스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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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

 

눈물 어린 눈동자 같이 투명한 하늘로

푸드득 날아오른 새가 

털어낸 깃털이

허공을 떠돈다

 

예쁘게 늙어가고 있는 단풍나무는

하늘을 마주보며

수줍은 듯

살며시 떨고 있다

 

일 마친 일꾼들은

도구를 손질하고 있는데

얼굴에 미소를 띈 것이

오늘밤 한바탕 마셔제낄 모양이다

 

낙엽이 뒹굴다 내 앞에 섰다

밟아 본다

바스락 하는 것이

간지러워 낄낄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저녁 메뉴는 연어구이라지?

쩝쩝대며 연어속살을 파먹을

식구들의 식탁은 마침내

알래스카 불곰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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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11. 3. 15:58

날개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에서 한 남자가 외쳤다.

드넓은 툰드라 지역,

그곳에 사는 동물들은 그곳의 혹독한 겨울을 피할 수 없어

온몸으로 그 혹독함을 이겨낸다.

처절하다.

그 처절함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 한 종의 동물만이 그 혹독함을 피한다.

바로 새.

다른 동물들은 짧은 다리로 드넓은 툰드라를 벗어날 수 없어

그곳에 적응해 산다.

그러나 새는 드넓은 툰드라 지역을 벗어나게 해 주는

날개를 가졌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날 수 있는 새만이 혹독한 겨울을

혹독하지 않게 벗어날 수 있다.

지루한 일상의 툰드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

날개를 달을지어다.

고단한 일상의 툰드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에 오를지어다.

날개가 돋아 오르는 자만이

탈출할 수 있으리라.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

날갯죽지가 간지러워,

난 지금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으로 간다.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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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나는 발견되지 못한다

너를 발견하지도 못한다

나를 발견하기 위해 현미경이 필요한 것도

너를 발견하기 위해 망원경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눈 뜨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는

너와 나

그러나 세상은 장님의 눈동자처럼

어둡다

 

아기는 발견되기 위해 울며 태어나고

꽃은 발견되기 위해 예쁘게 피어난다

비는 발견되기 위해 옷을 적시고

바람은 발견되기 위해 창문을 흔들어댄다

 

그러나

아기는 금방 늙고

꽃은 어느새 시들고

비는 지나쳐 가고

바람은 도깨비처럼 자취를 감춘다

 

카프카의 이방인은

발견되기 위해 총을 쐈을까?

가룟 유다는

발견되기 위해 배신 했을까?

그럼 예수는 발견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렸을까?

 

울어도 웃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듯

눈이 내린다

내리자마자 땅 기운에

녹아버린다

 

너무 까매서 잠 들 수 없는 밤

너무 하얘서 뛰 놀 수 없는 낮

세상은 온통

부조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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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배가 고프다

고통이다

고픈 배를 달래면

고통이 사라질까

숟가락을 든다

식욕의 고통이 사라지고

배고픔의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손과 입은 수 없이 키스한다

뇌하수체가 만족 호르몬을

흘려 보내면

손과 입은 이별하고

또 다른 고통이 밀려 온다

배부르다

고통이다

부른 배를 달래면

고통이 사라질까

점점 빵빵해져

그런 나를

생명이라 부를 수 없다

매일같이

고통과 고통 사이를

오가는 나는

그래서 인간인 거다

천사는 배고프지 않겠지

물론 배부르지도 않겠지

고통은 인간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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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고백

 

애초부터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은 없다

옆 집 사는 철수는 켄타우로스 별에서 왔다

그래서 걔가 좀 반신반인처럼 별난 데가 있는 거다

초등학교 때 짝꿍 영희는 어떻고?

걔는 전갈자리 별에서 왔다

그래서 걔는 독을 품고 있는 거다 건들면 죽는다

고등학교 때 학생주임, 일명 미친개는

사냥개자리 별에서 왔다

그래서 학생주임은 그렇게 물어댔던 거다

그래서 자기가 온 별이 보이는 북위 42도에만 가면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댔던 거다

어제 안 사실인데

우리 집사람은 토끼자리 별에서 왔단다

어쩐지 가끔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 했더니

우리 집사람은 토끼풀이 그렇게 좋단다

토끼풀꽃반지 끼면 공간이동 할 태세다

 

애초부터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은 없다

모두 엄마 자궁을 게이트 삼아

우주 공간에서 텔레포트해서 지구에 온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별난 거다

별의 별 사람 다 있는 거다

밤 하늘의 별만큼

별난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지구별을 만들다가도

샛별 같은 미련이 동터 올 때쯤

사경을 헤매는 아지랑이처럼 차르르 사라지는 것은

자기 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거다

 

나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그건 비밀이다

물론 당신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 나에게 말해준다면

나도 내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말해 줄 거다

그런데 그걸 꼭 말해야 아나?

별스런 내가 안 보이나?

그런 걸 물어보려는 당신도 참

까만 밤 한 구석에 팔랑팔랑 박힌 별처럼

총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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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시를 읽지 않고 보낸 날들

그 날들을 생각하면

내 삶이 왜 시적이지 못한 지를 알겠다

무한으로 치닫는 삶

결국 죽음과 충돌하게 될 운명 앞에서

영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내가 영원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이다

봄에 기어코 피어나는 잡초들도 아는 것을

나는 왜 모를까

그래서 나는 잡초보다 잘 난 것이 없다

 

따스한 봄날

햇살을 향해 가슴을 열어놓으니

엽록소가 알알이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나는 시를 읽는다

이제 곧 광합성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러면 마음이 푸르러질까?

 

잡초만큼만이라도 푸르러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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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월동준비의 꽃은 연탄

아홉 개의 구멍에서 꽃처럼 불을 피워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동면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몸과 마음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동사하고 마는데

무엇보다 연탄은 그 일에 쓸모가 있었다

연탄 들어오는 날

온 가족은 줄지어 하나가 되고

광 한 켠에 착착 쌓여가는 연탄을 바라보며

걱정을 덜어냈다

이미 마음은 동사를 면하고

몸은 아랫목을 향하고 있었다

겨울 내 제 몸을 불사르는 연탄 꽃 덕분에

몸과 마음은 화사했다

춘 삼월 꽃 샘 추위를 이겨낸 봄꽃이 피기까지

겨울 내 연탄 꽃은 활활 피어 올랐다

그것은 모두 부지런한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한테서 성실을 배웠다

 

봄은 성실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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