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4건

  1. 2014.03.22 어린 왕자의 고백 1
  2. 2014.03.16 영원 1
  3. 2013.08.15 연탄 1
  4. 2013.08.09 자본주의적인 시 1
  5. 2013.08.05 우주소년 아톰 1
  6. 2013.06.22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인생론 3
  7. 2013.06.17 나그네와 나룻배 3
  8. 2013.05.19 장화와 우비 1
  9. 2013.05.11 봄꽃
  10. 2013.05.09 축제 1
  11. 2012.12.0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3
  12. 2012.12.0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13. 2012.12.0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14. 2012.12.0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15. 2012.12.0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시(詩)2014. 3. 22. 13:51

어린 왕자의 고백

 

애초부터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은 없다

옆 집 사는 철수는 켄타우로스 별에서 왔다

그래서 걔가 좀 반신반인처럼 별난 데가 있는 거다

초등학교 때 짝꿍 영희는 어떻고?

걔는 전갈자리 별에서 왔다

그래서 걔는 독을 품고 있는 거다 건들면 죽는다

고등학교 때 학생주임, 일명 미친개는

사냥개자리 별에서 왔다

그래서 학생주임은 그렇게 물어댔던 거다

그래서 자기가 온 별이 보이는 북위 42도에만 가면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댔던 거다

어제 안 사실인데

우리 집사람은 토끼자리 별에서 왔단다

어쩐지 가끔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 했더니

우리 집사람은 토끼풀이 그렇게 좋단다

토끼풀꽃반지 끼면 공간이동 할 태세다

 

애초부터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은 없다

모두 엄마 자궁을 게이트 삼아

우주 공간에서 텔레포트해서 지구에 온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별난 거다

별의 별 사람 다 있는 거다

밤 하늘의 별만큼

별난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지구별을 만들다가도

샛별 같은 미련이 동터 올 때쯤

사경을 헤매는 아지랑이처럼 차르르 사라지는 것은

자기 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거다

 

나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그건 비밀이다

물론 당신이 어느 별에서 왔는지 나에게 말해준다면

나도 내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말해 줄 거다

그런데 그걸 꼭 말해야 아나?

별스런 내가 안 보이나?

그런 걸 물어보려는 당신도 참

까만 밤 한 구석에 팔랑팔랑 박힌 별처럼

총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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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3. 16. 02:56

영원

 

시를 읽지 않고 보낸 날들

그 날들을 생각하면

내 삶이 왜 시적이지 못한 지를 알겠다

무한으로 치닫는 삶

결국 죽음과 충돌하게 될 운명 앞에서

영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내가 영원에 대해서 무지하기 때문이다

봄에 기어코 피어나는 잡초들도 아는 것을

나는 왜 모를까

그래서 나는 잡초보다 잘 난 것이 없다

 

따스한 봄날

햇살을 향해 가슴을 열어놓으니

엽록소가 알알이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나는 시를 읽는다

이제 곧 광합성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러면 마음이 푸르러질까?

 

잡초만큼만이라도 푸르러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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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8. 15. 02:16

연탄

 

월동준비의 꽃은 연탄

아홉 개의 구멍에서 꽃처럼 불을 피워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동면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몸과 마음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동사하고 마는데

무엇보다 연탄은 그 일에 쓸모가 있었다

연탄 들어오는 날

온 가족은 줄지어 하나가 되고

광 한 켠에 착착 쌓여가는 연탄을 바라보며

걱정을 덜어냈다

이미 마음은 동사를 면하고

몸은 아랫목을 향하고 있었다

겨울 내 제 몸을 불사르는 연탄 꽃 덕분에

몸과 마음은 화사했다

춘 삼월 꽃 샘 추위를 이겨낸 봄꽃이 피기까지

겨울 내 연탄 꽃은 활활 피어 올랐다

그것은 모두 부지런한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한테서 성실을 배웠다

 

봄은 성실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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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8. 9. 09:09

자본주의적인 시

 

맥도날드에서 시를 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적으로 시를 써야 하는데

어쩐지 내 시는 자본주의적이지 못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

빅맥 세트를 먹으면 될까 싶어

주문해 먹는다

고기 패드 두 개 들어간

야채가 적당히 섞인

게다가 프랜치프라이드에

무한리필 코카콜라 한 잔까지

햄버거 세트 하나도 참 자본주의적이다

이렇게 자본주의적으로 배를 채웠는데도

어쩐지 내 시는 자본주의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내일은

스타벅스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

시를 써 봐야겠다

그래도 자본주의적인 시를 쓰지 못한다면

100 달러짜리 지폐 위에

낙서라도 해야겠다

뉴욕 맨하튼 월가를 누비며

물론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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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8. 5. 15:02

우주소년 아톰

 

난데 없이 로봇을 만들어 달라는 아들

자기는 로봇을 조종하고 싶단다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 나란히 누워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어릴 적 꿈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우주소년 아톰처럼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대가 되고 싶었어

 

아버지의 어릴 적 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이

자기도 아버지처럼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멋진 이름을 들려준다

로보트 태권 브이

마징가 제트

그랜다이저

독수리 오형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대

아버지는 아들에게

주제곡을 흥얼거려주고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처럼 꿈을 꾼다

 

아버지의 푸르렀던 꿈을

제 꿈인 양 가슴에 꼭 품고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인다

 

이 녀석 이 다음에 크면

지구를 지키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조차도

얼마나 힘든 지 깨닫는 날이 오겠지

 

아버지는 오늘 밤 우주소년 아톰이 되어

우주를 날아 다니는 꿈을 꾸고

아버지의 꿈은 아들의 가슴에 전설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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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6. 22. 04:29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인생론

 

 

누가 그러더군. 세계는 두 번 진행된다고.

한 번은 우리가 그것을 보이는 그대로 보는 순간.

두 번째는 그것이 존재하는 그대로 전설로 새겨지는 순간.”

 

인생은 좋은 책을 만나야 하는 거야.

어떤 책이 좋은 책이냐고?

그것은 두 번째 세계를 보여주는 책이지.

 

인생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거야.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고?

그것은 두 번째 세계를 사는 사람이지.

 

그런데 이것 또한 명심할 것.

좋은 책,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첫 번째 세계에 대해서는 환멸을 가질 것.

두 번째 세계에 대해서는 동경을 품을 것.

그렇게 환멸과 동경 속에서 방황할 것.

그래서 때로는 만남이 어긋난다는 것.

 

건투를 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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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6. 17. 14:10

나그네와 나룻배

 

구름에 달 가듯이 가던 나그네가

강 마루에서 나룻배를 만났다.

 

나를 좀 저기 강 건너편까지 데려다 다오.

 

이 강은 왜 건너려고 하시나요?

 

글쎄, 나를 잊기 위해서

 

지금까지 당신은 자신을 찾기 위해 나그네로 살지 않았나요?

 

그랬지그런데 저 강 건너편에서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잊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만.

 

그렇군요. 그러나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저랑 친해지셔야 해요.

 

어떻게 해야 자네와 친해질 수 있나?

 

그건 당신에게 달렸지요.

 

그날부터 나그네는 나룻배와 친해지기 위해서

나룻배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 여름, 가을, 겨울,

관계를 만들어 내는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관계에 의미가 생길 때쯤

나룻배는 나그네에게 등을 내밀었다

 

출렁이는 강물을 가로지르며

나룻배와 나그네는 서로 머뭇거렸다.

 

나룻배는 강물에 눈물을 씻어내며 나그네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를 버릴 작정이신가요?

 

그게 무슨 소리지?

 

강을 건너고 난 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갈 테니까.

강을 건넜는데,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진 않겠죠.

 

……

 

어쩌실 셈인가요?

 

나그네는 강을 건너는 동안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나룻배는 반대편 강 마루에 도착했다.

 

강물은 출렁였다. 나룻배의 마음도 출렁였다.

나룻배의 출렁임은 강물의 출렁임 때문인지

마음의 출렁임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 출렁임 가운데 아무 말 없이 한 참 서있던 나그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괴나리 봇짐을 메고

뭍을 향해 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나룻배를 향해 말했다.

 

고맙네. 나를 잊으시게나.

나도 저 강을 건너오면서 나를 잊었다네.

나도 잊은 나의 모습을 자네가 간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다만 나는 자네의 그 출렁임만은 간직해 두겠네.

 

나그네는 떠나고

나룻배는 홀로 남아 강물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기억한들 소용 없으므로.

나그네와 나룻배를 이어주는 것은 출렁임 밖에는 없으므로.

 

그렇게 나그네는 자신을 찾기 위해 출렁였고

그렇게 나룻배는 간직하기 위해 출렁였다.

 

강 마루에 가 보라.

그러면 나룻배가 왜 출렁이는지

이제는 알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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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5. 19. 05:42

장화와 우비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

터져나올 때부터 생긴

내 소망의 성취다

나는 빗물 고인듯한 엄마 뱃속이 싫었다

거기서 나는

벌거벗긴 채로 세상에 내몰린

어린아이였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온몸으로 빗물을 견뎌내는 것 밖에

없었다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비를 기다리는 낭만이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비를 비켜가기 위한 제의(祭儀)이다

나는 햇살처럼 방끗 웃기 위하여

화창한 날을 꿈꾼다

 

화창한 날

장화와 우비를 곱게 차려 입고

,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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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5. 11. 14:35

봄꽃

 

저건 봄이 피워낸 눈꽃이다

마지막 잎새처럼

누군가의 간절한 소망에 대한

응답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리도 찬란할 수 있으랴

겨울내 깊은 잠에 빠져 지낸

백설공주의 하얀 마음처럼

곱게 피어 오른 저 흰 꽃

저건 너와 나

그리고 하늘이 만들어 낸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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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3. 5. 9. 07:36

축제

 

축제다

독수리 대여섯 마리의 흥분

날갯짓

쪼는 부리

통통통 구르는 발

 

그들의 축제는

아마딜로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세상이 늘 그렇듯이

아마딜로의 죽음은

이중적이다

 

슬픔이며 기쁨이다

상실이며 기회다

곡이며 흥이다

 

피곤과 지루가 베어 있는 오후

무심한 햇살은

껍데기만 남은 독수리 한 마리가

아마딜로와 같은 운명으로

저만치 널브러져 있는 장면을

조명처럼 비추고 있다

 

저것은 또 누구의 축제 현장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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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2. 9. 04:55

한 사람을 위한 고독

 

엊그제 만날 것이다

어제 만난다

오늘 만났다

내일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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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2. 9. 04:51

한 사람을 위한 고독

 

고운 신 벗어 두고 합장하고 서면

인연의 깊은 어둠처럼 내려오고

향 지핀 화로에서

한 올 한 올

피어 오르는 그리움

저멀리 두견새 우는 소리에 마음 흔들려

옷자락 여민 두 손 내려 놓으면

어느새 새벽별 눈 속에 들어와 박혀

꿈처럼 사라지는 님의 모습

가슴 속 긁어 놓고 간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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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2. 9. 04:49

한 사람을 위한 고독

 

시인처럼 언어를 골라내도

언어는 시가 되지 못하고

너를 향한 그리운 단어 하나

갖지 못한다

할 수 없이 너의 영상을

언어 속에 투영시키면

기어코 너는 두 글자를 가진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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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2. 9. 04:44

한 사람을 위한 고독

 

침묵이 존재하는 밤이 좋아

나는 네게 편지를 쓴다

가난으로 가득 찬 내 가슴에서

네게 꺼내 줄게 너무 없구나

별이 두어개 쯤 그려진

일기장 하나를 사서

그리울 때마다 부치지 못한

나의 마음을 적어 두었다가

네게 주어야지

어눌한 사랑의 언어는

나를 어둠 속에 몰아 넣고

가장 가슴이 시릴 때

나는 너를 생각한다

성모 마리아 모양을 한

양초 하나 태우면서

두 손 모아 소망 빌어보고

오월의 추억을 그려본다

너의 따스한 눈빛

곱게곱게 머물다

어느날 만나지려고

우린 너무나 오랫동안

맴도는 것이 아닐까

지치지 말아야 할텐데

기다리는 일에

너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이

시들지 않아야 할텐데

너는 깜깜 기척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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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2. 9. 04:42

한 사람을 위한 고독

 

동굴 같은 날이었다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해 가는

흰구름 엷게 깔린 하늘에

어둠처럼 끼어든 먹장 구름

귀뚜라미 소리 짙게 어둠을 가르고

어쩔 수 없는 듯이 바람은

온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점점 추워진다

내 거짓말 같은 육체도 그걸

느끼고 있다

얼마나 힘이 들게 너를 찾았는데

나를 향해

한 마디의 언어도 던지지 않는 것은

긴장한 채로

마주 서 있어 그런게 아닐까

아무리 걸러내도 고독뿐인

이 밤에

처음부터 너는 낯설지 않은

이름을 가진 계절이었다

이제 와도 좋다

지나버린 시간

기억조차 못해도

나의 품으로 들어와 꿈을 꾸는

여인이 되어

푸르른 하늘 붉게 물들여 가는

노을처럼

정열적인 계절이 되어라

사랑이 되어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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