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4건

  1. 2012.11.07 한 사람을 위한 고독 3
  2. 2012.11.07 노란과자와 빨간 과자
  3. 2012.11.07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어
  4. 2012.11.07 피로사회
  5. 2012.10.31
  6. 2012.10.31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5
  7. 2012.10.31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4
  8. 2012.10.31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9. 2012.10.31 유전에 대하여
  10. 2012.10.25 불혹? 1
  11. 2012.10.25 남자의 기쁨 1
  12. 2012.10.25 홈리스
  13. 2012.10.25 창조는 발견이다
  14. 2012.09.01 시대가 아프다 1
  15. 2012.08.24 나는 강간 당했다 1
시(詩)2012. 11. 7. 05:48

한 사람을 위한 고독

 

밤이라서 좋다기보다, 겨울 밤이라서 좋았을 거다.

숨을 쉬면, 목을 타고 들어오는 밤 공기가

가슴 속에 담아둔 오래된 이야기를 생각나게 해서 좋았을 거다.

코끝이 찡한 이유는 그 이야기 때문이지,

밤 공기가 차가워서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입김이 서리는 이유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 때문이었을 거다.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입김에 묻어 하늘로 날아 오르다 흩어지는

그리움 때문이었을 거다.

두 손을 모으는 이유는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거다.

한 숨이 깊은 건 밤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리움이 깊어서 그랬을 거다.

한 숨도 못 잔 건 밤이 좋아서, 그것도 겨울 밤이어서가 아니라

가로등 밑에서 서성일지 모르는 그 사람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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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11. 7. 05:46

노란 과자와 빨간 과자

 

노란 과자를 달라는 아이에게

기어코 빨간 과자를 먹인다

아이는 노란 눈물을 흘리고

어미는 빨간 심술을 부린다

노란 과자 먹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어미는 왜 기어코 빨간 과자를 먹이는 것일까

노란 눈물을 흘리며 빨간 과자를 먹는 아이는

빨간 물감이 뇌에 번져가고

눈물로 쏟아내는 노란 물감은

상처가 되어 고름처럼 심장에 고여간다

이제 아이는 노란 과자를 먹고 싶어도

그래서 심장이 뛰어도

빨간 과자를 먹어야 한다는 뇌의 심술에

눈물을 머금고 복종한다

그렇게 아이는 커간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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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45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내가 오늘 신문을 봤는디

한국이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바람에

노인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내용이여

 

요즘엔 그렇게 부모를 내다 버리는 사람이 많은가벼

특별히 치매노인이 많이 버려진다나벼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노인네는

딸자식이 자신을 여기에 버리고 갔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딸이 쥐어준 핸드폰만 부여잡고 산다는 기사를 봤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잘난 자식은

지 잘난 거 자랑질 하러 다니느라 부모님 돌아볼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너무 바빠서 부모님과 놀아드릴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지가 아장아장 걸을 때 부모님이 손잡아 준거를 기억 못하는겨

지가 커갈 때 부모님이 함께 놀아준 것을 모르는겨

지는 지가 혼자 걷게 된 줄 아는겨

지는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병신자식은 자랑질 할 거리가 없어서 어디 돌아다닐 데도 마땅치 않은겨

병신자식은 세상이 무서워서 부모님 곁을 떠날 엄두도 못내는겨

세상은 이런 사람을 병신 쪼다라고 하지만

그거 알어?

그래도 부모님 아플 때 손잡아 주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부모님 돌아가실 때 임종 지키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돌아가시고 나서 부모님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것도 병신자식인겨

 

잘난 자식은 잠깐 왔다 잠깐 보고 가지만

병신자식은 늙으신 부모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는겨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못된 말 하면 못쓰는겨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내가 끝까지 책임지는거 당연하거 아녀?

이거 하나만 잘해도 인생은 성공인겨

나라를 구하면 뭘 하고

유명인사가 되어 칭송을 받으면 뭐 할겨

지 낳아주신 부모님 갔다 버리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심심해 죽게 만들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외로워 죽게 만들면서

 

너무 잘난 놈 되려고 하지 말어

잘난 놈 돼봤자 부모님만 외롭게 만드는겨

그냥 좀 병신처럼 살면 어뗘?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은겨

병신자식이 효도하는겨

그러면 인생 성공한거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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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44

피로사회

 

내 안에 독수리가 한 마리 살고 있다

그 독수리는 매일 내 간을 쪼아 먹는다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이 이런 것이었을까?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였던 프로메테우스는

얼마나 피곤했을까?

 

어디 내 안에만 독수리가 살고 있으랴

현대인들은 애완동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장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이는 애완동물일 뿐

그들 마음 속에도 독수리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어떤 사람은 이 사회를 일컬어

피로사회라고 했겠는가!

피로하지 않으면 현대인이 아니고

피로하지 않으면 눈총 받는 이 사회

그야 말로 권태를 모르는 사회다

 

아무리 유명인이 TV 광고에 나와서

간 때문이야~’를 외치며 투쟁해 보지만

좀처럼

내 안에 그리고 그들 안에 살고 있는

독수리는 떠날 기미가 없다

 

오 프로메테우스여

그대의 친구 헤라클레스의 도움으로

그 지긋지긋한 코카서스 산중에서 탈출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 지긋지긋한 피로사회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불을 내려주소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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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0. 31. 07:08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을 믿고 싶다

이 땅 위에서 별처럼 살았던 사람도 별이 되고

이 땅 위에서 별 볼 일 없이 살았던 사람도 별이 되고

죽어서 모두 별이 되어 만난다면

그 잘난 교만도

그 못난 마음도

반짝반짝 허물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별처럼 살아도 상관 없고

별 볼일 없이 살아도 상관 없다

죽으면 모두 별이 되어 만날 텐데

뭐 그리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 있겠는가

교만을 탓할 것 없고

못난 마음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그저 빛나는 대로 살면 될 뿐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을 믿고 싶다

반짝반짝 허물어질 내 마지막 날

두 눈을 꼬옥 감으면

어느새 저 높은 곳에 별이 되어 걸리는 인생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너도 나도 다 한결같이 하늘에 걸리어 반짝반짝 빛나는 인생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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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0. 31. 07:02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5

 

아버지,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교회 봉고차에서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면서부터입니다.

계절은 기억 나지 않지만

중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말죽거리 도로변에 봉고차를 주차해 놓고

아버지는 잠시 일을 보러 가셨죠.

할 일이 없었던 저는

라디오를 돌리다가 클래식 채널에서 멈춰서

현악기의 선율에 매료되었습니다.

무슨 곡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 그 느낌만은 기억합니다.

클래식 선율이

잔잔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 것이죠.

가슴이 뛰었습니다.

마구 뛰었습니다.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소리.

마음이 그것을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곱지 않은 것

조화롭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에는

눈과 귀를 두지 않게 되었습니다.

홀수보다는 짝수를 좋아하게 됐고

네모보다는 동그라미를 좋아하게 됐고

독창보다는 합창이 좋아졌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베토벤 교향곡 9 5악장 합창이

마음 속에서 연주됩니다.

아버지는 저를 외롭지 않게 하셨던 또 제 옆에 계셨던 짝수요

세상을 둥글게 바라보게 하셨던 동그라미요

사람들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게 하셨던 합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제게

환희입니다.

아버지,

오늘도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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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4

 

아버지,

저는 이제서야 서른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지요!

사실 기다렸다기 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왔습니다.

그리고 둘째 아들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확하게

서른 일곱 살 먹은 나에게

왔습니다.

 

남들은 서른 일곱이 무슨 대수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알고 계시죠?

제가 왜 이렇게

서른 일곱에 설레 하는지.

아버지도 서른 일곱 살 된 해에

둘째인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둘째인 저를 낳으셨지만,

저는 둘째 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되어

아들은 제가 되어,

약속한 것처럼 만났습니다.

 

저는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저를 안을 때 어떤 느낌이셨을지,

저를 보고 있을 때 어떤 미소를 지으셨을지,

이른 새벽 어둠을 가르고 일터로 나설 때

자고 있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셨을지.

저는 비로서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둘째 아들이 태어난

제 나이 서른 일곱.

이제부터는 더 아버지가 되는 듯합니다.

저는 아버지로 삽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로 살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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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0. 31. 06:57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배고픔 때문에 일어났다.

냉장고 문을 열어 들어있는 음식을 꺼내

상함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코를 들이대는 것도 이젠 일상이다.

상하지 않은 것이 확인 된 음식들을 프라이팬에 모아 볶는다.

이름도 없는 볶음밥,

후딱 먹어치웠지만,

속이 편하지 않은 것이 어째 소화제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나름대로 낭만을 생각했는데,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건 볶음밥처럼 이름 모를

한숨 덩어리들뿐이다.

담배처럼 한 숨만 피우다,

집안이 좀 시끄러우면 괜찮아 질까 하고

보지도 않을 TV를 켰다.

집안을 채우고 있는 한 숨 소리와 TV 소리를 헤치며

이리저리 집안을 서성이면서 할 일을 찾아보았다.

어질러져 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손을 대기 싫었다.

이런 날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데,

방을 깔끔하게 치우고 나면,

어쩐지 사람 냄새가 가실 것 같아서였다.

햇살만이 창문을 통해 나를 찾아왔을 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기 예수를 맞으러 온 세상이 해를 넘어가고 있을 때쯤,

하루 종일 울리지 않은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전화를 들어 내가 누른 건,

전화 번호가 아니라

볶음밥처럼 이름 모를

그리움이었다.

 

사람들은 잘 있는 것 같다.

소화제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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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에 대하여

 

부자지간에는 닮은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닮은 데가 없어서도

발가락이라도 닮기 마련이다

나도 아버지를 닮은 구석이 많다

 

남들은 보이는 부분만 보면서

나를 보고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버지를 닮아

쥐 젖 같은 조그만 혹이 몇 개 있다

 

나는 매일 아들과 함께 샤워를 한다

어느덧 사물을 인식할 만큼 커 버린 아들이

함께 샤워를 하다가

마침내 내 몸에서 혹을 발견했다

 

아들은 신기한 듯 물었다

아버지 이게 뭐야?’

나는 대답했다.

, 이건 혹이라고 해

 

? 이건 어떻게 해서 생긴 거야?’

,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너한테는

할아버지도 이런 혹이 있으셨는데,

아버지가 아들이라 이렇게 생기게 된 거야!’

 

유전이라는 두 글자로 설명하면 될 것이지만

아직 유전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혹이 생기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늘따라 잠 못 이루는 아들과 누워

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부른다

문득 아들은 아버지의 혹이 생각났는지

손을 더듬어 아버지의 혹을 찾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혹을 만지작거리는 아들에게

다시 유전에 대하여 설명한다

너도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네가 아버지 나이쯤 되면 이렇게 혹이 나게 될 거야.’

 

혹을 만지작거리던 아들은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유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내 몸에 이렇게 혹이 생기게 된 것은

나도 아들처럼 어린 시절 아버지의 혹을 만졌기 때문이 아닐까

 

아들이 아버지 몸에 난 혹을 만지작거리며 잠들지 않았더라면

아들은 이 다음에 커서 아버지처럼 혹이 안 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밤 아들은 아버지의 혹을 이렇게 만지작거리며 잠들었으므로

아버지처럼 혹이 날 것이다

틀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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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공자님 말씀하시기를

나이 사십이면 불혹(不惑)이라

여기서 자는 유혹(誘惑)에서의 자와 같은 것

풀어 설명하자면

나이 사십이면 유혹되는 것이 없다는 뜻

 

내 나이 사십이 되어서

공자님 말씀이 모두 뻥인 것을 알았다

나이 사십이면 유혹이 없어진 불혹의 상태가 될 줄 알았던 나는

순진하거나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풋내기였을까

 

내 나이 사십

불혹은커녕

온통 유혹(誘惑)뿐이니

마음이 흐트러짐은 물론이요

인생의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막막하기까지 하다

 

불혹의 나이 사십이 이럴진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오십에 다다르면

과연 나는 하늘의 뜻을 깨달을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이렇게 몰라 헤매고 있는데

오십이 된들 하늘의 뜻은 어찌 알 수 있으랴

 

공자님 말씀이 뻥인지

아니면 공자님이 제시하신 인간됨의 기준에

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나는 유혹 받고 있으며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거기 누구 나를 구원해 줄 이 없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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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기쁨

 

장모님이 오신 덕분에

오랜만에 날개를 달고 서울(애틀란타)로 향했다

평소 먹기 힘든 회(사시미)로 배를 채우고

단연 향하는 곳은 찜질방사우나다

옷을 갈아 입고

잠적하듯이 굴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황토방 또는 참숯방

황토 냄새 또는 참숯 냄새를 수면제 삼아

스스르 잠이 든다

내 몸은 황토가루처럼 참숫가루처럼 부서져

꿈의 나라로 들어간다

시간과 땀이 만들어준 휴식에 만족해 하며

눈을 뜨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휴게실 음식점으로 향하고

나는 거기서 슬러시한 식혜 한 잔을 주문해서 마신다

달달한 맛이 꼭 천국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땀을 뺄 시간

에덴동산처럼 원초적으로 알몸이 되어

뜨겁디 뜨거운 사우나로 알몸을 밀어 넣는다

사우나는 인내력 테스트 장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인내력 테스트를 한 번 해보지만

결국 인내력은 바닥나고

묵은 땀으로 뒤 덮인 알몸은

출구 갈망한다

상쾌해진 내 원초적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대여섯살 먹은 아들 녀석 데리고 들어오는 동년배 아저씨

그의 인상은 자식 낳고 비로소 철이 든 인상이다

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의 흐뭇한 미소가 문득

집에 두고 온 아들 녀석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도 사우나에 같이 올 아들 녀석이 있다고! 그것도 둘씩이나!’

, 남자들의 로망 남자의 기쁨

 

우리 마누라,

아들 낳아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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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0. 25. 00:08

홈리스

 

큰 아들 감기예방접종 하고 오는 길, 빨간 신호에 걸려 교차로에서 잠시 정차한다. 교차로 모퉁이, 홈리스 아저씨가 붉은 색 카트를 세워두고 손에는 플래카드를 들고 구걸하고 있다. “I am homeless. God loves all.” 그의 손에 쥐어줄 현금이 없어 난감해 하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큰 아들의 질문: “아버지, 저 아저씨는 저거 손에 들고 왜 저렇게 서 있어?” 이제 다섯 살 난 아들에게 이 세상의 부조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순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멈칫하다가 나는 이렇게 대답해 준다: “, 저 아저씨는 저거 들고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중이야.” 아들은 커서 홈리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고 오늘처럼 홈리스를 보면 동전 몇 푼 손에 쥐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홈리스의 손에 동전 몇 푼 쥐어주는 동정심을 갖는 것보다 홈리스를 생산해 내는 이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의와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참으로,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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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발견이다

 

컬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세상에 발견되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피에타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도 대리석 속에 누워 있던

예수와 그의 어머니를 발견했을 뿐

그는 무엇인가를 창조하지 않았다

인간에게 창조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에게 창조라는 것이 어울리는 것일까

창조는 인간의 속성이 아니라 신의 속성이 아닌가

인간은 그저 신이 창조해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뿐

그 어느 것도 창조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찾을 것이라

인간에게 있어 창조는

구하는 일이요

찾는 일이요

두드리는 일이리라

신이 창조해 놓은 것을

그저 발견했을 뿐인데

그것을 창조라고 일컫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

그 불경스러운 불명예를 뒤집어 쓰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신의 창조를 발견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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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9. 1. 03:35

시대가 아프다

 

 

시대가 아프다

나도 아프다

 

내가 아프다고 시대가 아프지 않지만

시대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시대를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

내가 아프지 않게 사는 법이다

 

나는 아픈 시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픈 시대가 나에게 사명을 물어온다

 

살고자 하는 자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 살 것이라는 말

 

아픈 시대가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삶인가 죽음인가

 

시대가 아프다 많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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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8. 24. 05:15

나는 강간 당했다

 

나는 그에게 강간 당했다

그런데 그는 도리어 적반하장이다

나보고 짧은 치마를 입은 게 죄란다

나보고 밤길 돌아다닌 게 죄란다

 

강간당해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숴졌는데도

강간 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도 쉽지 않다

알려봤자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는 척 하면서도

나를 부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남의 상처는 아랑곳 않고

강간 사건을 가십거리로 만들어

희희낙락 거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강간 당한 것이 가십거리가 될 수 있는가

이것이 자신들의 음란증을 자극시켜주는

포르노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지만

이 세상에 예방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그렇게 지혜로운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미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은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무조건 참으라는 조언을 한다

무엇을 참으라는 말인가

세상에 알려봤자 웃음거리만 된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누가 비웃음의 대상인지도 모르는 정녕

닭 대가리라는 말인가

 

나는 강간 당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강간 당한 것만큼이나 기분이 더럽다

강간과 적반하장의 향연에

내 마음은 울고 또 울고 있다

 

 

* 이 시는 요즘 겪은 일에 대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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