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51건

  1. 2012.12.02 가로등 풍경 1
  2. 2012.12.01 한 사람을 위한 고독
  3. 2012.11.29 생선 아줌마
  4. 2012.11.29 데생 1
  5. 2012.11.28 소나기 1
  6. 2012.11.23 선술집
  7. 2012.11.19 느낌표
  8. 2012.11.19 천적
  9. 2012.11.07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2
  10. 2012.11.07 서두르지 말라 1
  11. 2012.11.07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3
  12. 2012.11.07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2
  13. 2012.11.07 한 사람을 위한 고독 3
  14. 2012.11.07 노란과자와 빨간 과자
  15. 2012.11.07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어
시(詩)2012. 12. 2. 10:24

가로등 풍경

 

허공에 기댄 듯 기울어져 있는 가로등을 기둥 삼아

세월을 이겨낸 거미집이 허름하게 널려있다

하얀 등불 밑으로 수많은 벌레들이 지나다니다

어떤 놈은 피해가듯 거미집을 그냥 지나치는데

어떤 놈은 호기심에 가득 찬 듯 기웃거린다

방금 큼지막한 나방 한 마리가 거미집으로

손님처럼 들어와 집 한 가운데 좌정해 앉았다

주인장 거미는 멀찌감치서 음흉한 미소를 보내고

나방은 자신의 운명을 뒤늦게 깨달은 양 움찔대고 있다

 

가로등은 그림자만 만들어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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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12. 1. 01:08

한 사람을 위한 고독

 

불빛은 모두 무언가를 기다린다

 

등대는 배를 기다리고

가로등은 행인을 기다리고

호롱불은 바느질을 기다리고

별빛은 영혼을 기다리고

달빛은 소원을 기다리고

햇볕은 나그네를 기다리고

눈빛은 사랑을 기다리고

 

내 마음은 너를 기다린다

그래서 내 마음은 이렇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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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11. 29. 06:08

생선 아줌마

 

두 시간에 한 번씩 시내버스 드나들던 시절

생선 아줌마 머리에 생선 이고

생선 팔러 오시면

엄마는 늘 생선 아줌마에게서 생선을 샀다

 

새마을 운동이다 산업화다 해서

도시가 개발되고 대중교통이 발달되고 나니

생선 아줌마는 더 이상 머리에 생선을 이고 다니지 않고

아예 말죽거리 한 구석에 노점상을 차리셨다

 

시내버스 타고 말죽거리로 시장 보러 다니신 엄마는

다른 것은 몰라도 생선은 꼭 그 아줌마에게서 샀다

생선 아줌마가 내다파는 생선이 물 좋다고 하시며

 

그러기를 20여 년

어느새 생선 아줌마도 늙고 우리 엄마도 늙고

어느 날 생선 사러 갔던 엄마는

생선 아줌마 아들이 장가 간다는 청첩장을 들고 오셨다

생선 팔아 두 아들 대학까지 보내시고

이제 아들이 결혼까지 한단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생선 아줌마에게 받은 청첩장을 들고

엄마는 곱게 차려 입고 결혼식장에 다녀오셨다

그간 물 좋은 생선으로 비린내 나게 맺어진 우정인양

두둑하게 부조扶助하고 오셨단다

 

그래도 내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인간이 아닌 것을 보면

엄마를 닮은 게 분명하다

 

생선 아줌마의 허리도

고등어처럼 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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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29. 00:35

데생

 

시간이 흐른다

나도 흐른다

멈추지 않는다

나또한 멈추지 않는다

 

이 시간이 지나고나면

태초의 그곳으로

 

하나 둘씩 사라져 간다

우리 모두가 사라져 간다

울음은 시작이 아니고

손떨림은 끝이 아니다

시작과 끝은 다만

무언無言

 

나의 이야기는 지워지고

나의 그림은 다시 그려진다

색이 없는 한 줄의 데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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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28. 02:43

소나기

 

소녀의 작은 꿈을 안고

머얼리 사라져 간 구름인가

아직도 산은 저렇게 푸르른데

그립다 못해 울어 버린 맑은 하늘이여

 

개울물도 조가비도

하얀 그 조약돌도

이젠 영원히 사라진 슬픈 추억인데

보랏빛 노을은 오늘도 이렇게 지는구나

 

 

* 황순원 님의 소설 <소나기> 읽고 시입니다.

추억이 아련합니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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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시(詩)2012. 11. 23. 05:37

선술집

 

자그마한 선술집에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모인 사람들

이들은 서로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며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그 중 진한 남부 사투리를 쓰는 한 사람은

안면이 있는 배관공이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자주 본 사람처럼 인사를 건넨다

일터가 아닌 쉼터에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써빙 보는 여인네는

낯에는 토이스러스에서 일하고

밤에는 이렇게 선술집에서 일한다고 한다

밤낮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이

그의 표정에서 묻어난다

병색이 짙은 한 여인은

사람들과 당구를 치면서 까르르 웃는다

불치병에 걸린 이 여인은

정부에서 주는 생활비로 살아간다고 한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이 여인은

이렇게 밤마다 선술집에 와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 여인은 자동차가 없단다

그래서 선술집 친구들이

번갈아 가면서 이 여인에게 차편을 제공한단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마음은

먹을 것이 넉넉한 사람들보다

씀씀이가 좋은 것 같다

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가

목사인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들에게는 여기가 교회야

그 순간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은 찬송으로 화하고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기도 소리로 화한다

그래 적어도

목사인 내가 여기에 와서 이들과 삶을 나누는 이 순간만은

선술집이 교회로 화할 수 있지 않을까?

선술집 성도들과 삶을 나누며 마신 칵테일 한 잔이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지금 술에 취해

사람 냄새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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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19. 17:41

느낌표

 

생각을 열어두기 위해 마침표를 찍지 않겠어

생각하다 힘들면 잠시 쉴 수 있도록 쉼표를 놓아 두겠어

생각이 모자랄 때는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따옴표를 걸어 두겠어

그러다 질문이 생기면 언제든지 물을 수 있도록 물음표를 세워두겠어

생각의 끝에 뭔가를 깨달았다면 내가 숨겨둔 이것을 쓰도록 해: 느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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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19. 17:40

천적

 

오늘도 아들에게 지고 말았다

애 엄마는 늘 성화다

초콜릿 주지 말라

아이스크림 주지 말라

TV 많이 보여주지 말라

아이폰 주지 말라

이 영악한 것이

금지된 사과를 따먹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나에게 와서 조른다

,

아내의 잔소리는 받아낼 수 있지만

아들의 여우짓은 도저히 피할 수 없다

그래,

아들은 나의 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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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56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배고픔 때문에 일어났다.

냉장고 문을 열어 들어있는 음식을 꺼내

상함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코를 들이대는 것도 이젠 일상이다.

상하지 않은 것이 확인 된 음식들을 프라이팬에 모아 볶는다.

이름도 없는 볶음밥,

후딱 먹어치웠지만,

속이 편하지 않은 것이 어째 소화제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나름대로 낭만을 생각했는데,

마음 속에 들어 있는 건 볶음밥처럼 이름 모를

한숨 덩어리들뿐이다.

담배처럼 한 숨만 피우다,

집안이 좀 시끄러우면 괜찮아 질까 하고

보지도 않을 TV를 켰다.

집안을 채우고 있는 한 숨 소리와 TV 소리를 헤치며

이리저리 집안을 서성이면서 할 일을 찾아보았다.

어질러져 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손을 대기 싫었다.

이런 날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데,

방을 깔끔하게 치우고 나면,

어쩐지 사람 냄새가 가실 것 같아서였다.

햇살만이 창문을 통해 나를 찾아왔을 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기 예수를 맞으러 온 세상이 해를 넘어가고 있을 때쯤,

하루 종일 울리지 않은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전화를 들어 내가 누른 건,

전화 번호가 아니라

볶음밥처럼 이름 모를

그리움이었다.

 

사람들은 잘 있는 것 같다.

소화제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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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54

서두르지 말라

 

서두르지 말라. 결코.

서두르지 말라.

은총을 받은 자로 있지 말라.

은총이 필요한 자로 있으라.

찾아 나서지 말라.

잃은 자로,

발견되어야 할 자로 있으라.

그러면

신의 은총이 임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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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52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3

 

받은 사랑은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사랑 때문에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

그것이 일종의 믿음처럼 작용해서,

아버지!

그 믿음대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믿음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처럼 낯선 경험인 것 같습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대로 이루어졌다는 그 사실 때문이겠지요.

믿음이란 원래 우리 인간에게

낯선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울음소리와

아들이 뿜어내는 부드러운 냄새는

비로소 그 낯설음의 껍질을 깨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의 울음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렸었겠죠.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이 뿜어내는 그 냄새,

실은 똥냄새와 땀냄새가 함께 뒹구는 냄새가

이 세상의 어느 향수보다도 향기로웠겠죠.

 

그래서 요즘엔 매우 행복합니다.

이 행복은 기쁨으로 가득찬 행복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도 아들이 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도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아들을 통해

매일 그 자리에 계셨던 아버지를 봅니다.

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들은 제가 되고

저는 아버지가 되는 듯 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아들을 품에 한 번 꼭 안아보세요.

저 멀리 구름은 추억처럼 흘러갑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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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50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2

 

봄은 바람을 타고 먼저 올지,

하늘을 타고 먼저 올지,

나무를 타고 먼저 올지 모르지만,

春三月이 다가오면서

바람도 하늘도 나무도 봄내음을 흘리는 듯 합니다.

귀와 코와 몸이 곤두서는 까만 밤,

차 창문을 내리고 달려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바람 소리와

부드러운 밤의 향기와

부드러운 공기의 기운이

온 세상에 펼쳐져 있는 듯 합니다.

 

아버지!

그런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허전할까요?

허전이라는 단어가 미안해 할 만큼

이 말로도 담아내기 힘든 허전

심장을 둘러 내리 누르고 있는 듯 합니다.

 

상쾌한 바람만큼만,

푸르른 하늘만큼만,

우뚝 선 나무만큼만,

세상 시름을 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상쾌해진 바라처럼,

어느덧 푸르러진 하늘처럼,

어느덧 우뚝 선 나무처럼,

나도 어느덧 내가되어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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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48

한 사람을 위한 고독

 

밤이라서 좋다기보다, 겨울 밤이라서 좋았을 거다.

숨을 쉬면, 목을 타고 들어오는 밤 공기가

가슴 속에 담아둔 오래된 이야기를 생각나게 해서 좋았을 거다.

코끝이 찡한 이유는 그 이야기 때문이지,

밤 공기가 차가워서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입김이 서리는 이유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 때문이었을 거다.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입김에 묻어 하늘로 날아 오르다 흩어지는

그리움 때문이었을 거다.

두 손을 모으는 이유는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거다.

한 숨이 깊은 건 밤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리움이 깊어서 그랬을 거다.

한 숨도 못 잔 건 밤이 좋아서, 그것도 겨울 밤이어서가 아니라

가로등 밑에서 서성일지 모르는 그 사람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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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46

노란 과자와 빨간 과자

 

노란 과자를 달라는 아이에게

기어코 빨간 과자를 먹인다

아이는 노란 눈물을 흘리고

어미는 빨간 심술을 부린다

노란 과자 먹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어미는 왜 기어코 빨간 과자를 먹이는 것일까

노란 눈물을 흘리며 빨간 과자를 먹는 아이는

빨간 물감이 뇌에 번져가고

눈물로 쏟아내는 노란 물감은

상처가 되어 고름처럼 심장에 고여간다

이제 아이는 노란 과자를 먹고 싶어도

그래서 심장이 뛰어도

빨간 과자를 먹어야 한다는 뇌의 심술에

눈물을 머금고 복종한다

그렇게 아이는 커간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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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2. 11. 7. 05:45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내가 오늘 신문을 봤는디

한국이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바람에

노인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내용이여

 

요즘엔 그렇게 부모를 내다 버리는 사람이 많은가벼

특별히 치매노인이 많이 버려진다나벼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노인네는

딸자식이 자신을 여기에 버리고 갔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딸이 쥐어준 핸드폰만 부여잡고 산다는 기사를 봤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잘난 자식은

지 잘난 거 자랑질 하러 다니느라 부모님 돌아볼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너무 바빠서 부모님과 놀아드릴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지가 아장아장 걸을 때 부모님이 손잡아 준거를 기억 못하는겨

지가 커갈 때 부모님이 함께 놀아준 것을 모르는겨

지는 지가 혼자 걷게 된 줄 아는겨

지는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병신자식은 자랑질 할 거리가 없어서 어디 돌아다닐 데도 마땅치 않은겨

병신자식은 세상이 무서워서 부모님 곁을 떠날 엄두도 못내는겨

세상은 이런 사람을 병신 쪼다라고 하지만

그거 알어?

그래도 부모님 아플 때 손잡아 주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부모님 돌아가실 때 임종 지키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돌아가시고 나서 부모님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것도 병신자식인겨

 

잘난 자식은 잠깐 왔다 잠깐 보고 가지만

병신자식은 늙으신 부모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는겨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못된 말 하면 못쓰는겨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내가 끝까지 책임지는거 당연하거 아녀?

이거 하나만 잘해도 인생은 성공인겨

나라를 구하면 뭘 하고

유명인사가 되어 칭송을 받으면 뭐 할겨

지 낳아주신 부모님 갔다 버리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심심해 죽게 만들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외로워 죽게 만들면서

 

너무 잘난 놈 되려고 하지 말어

잘난 놈 돼봤자 부모님만 외롭게 만드는겨

그냥 좀 병신처럼 살면 어뗘?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은겨

병신자식이 효도하는겨

그러면 인생 성공한거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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