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과 바람과 아들
소파에서 독서하고 있던 아버지를 따라
책 하나 집어 들고 아버지 옆에서 독서하던
세 살배기 작은 아들이
책장을 몇 장 넘기는가 싶더니 이내 잠들어 버렸다
아버지 눈에 아들은 지금 잠 든 것이 아니라
글을 몰라 책을 읽을 수 없으니 아예
책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인다
아들이 ‘보고’ 있던 책은 <이솝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해님과 바람” 이야기였다
세 살배기 작은 아들은
자기도 사내 녀석이라고 날마다 힘 자랑을 한다
‘난유 팀 때지?(찬유 힘 세지?)’
나름대로 무겁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들어올리며
사내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 하다
아들이 ‘보고’ 있던 “해님과 바람”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난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어느 날, 바람이 해님에게 우쭐대며 말했어요.
“과연 그럴까?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단다.”
해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아들은 지금 유난히 좋아하는 “해님과 바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해님과 바람의 내기 속에 등장하는 바로 그 나그네로 변하여
바람 부는 길과 햇살 가득한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햇살 가득한 늦은 오후
새록새록 잠 든 아들 머리 위를
해님이 방긋 웃으며 지나가는 것을 보면
아들은 지금
‘이 세상에는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경일(Presidential Day)이라 한가하다. 나른한 오후, 소파에 앉아 독서하고 있는데 작은 아들이 옆에서 나를 따라 책을 읽다
잠든 모습을 보고 시상이 떠올라 쓴 시이다. 아들이 지혜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시이다.